커피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최근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‘허니 프로세스(Honey Process)’입니다. 원두를 선택할 때 ‘내추럴’, ‘워시드’, ‘허니’라는 표기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. 이 용어들은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, 커피의 향미와 품질을 결정짓는 가공 방식(Post-Harvest Processing)을 의미합니다. 허니 프로세스가 무엇인지, 워시드(세척식), 내추럴(건조식)과 어떻게 다른지, 그리고 각각의 맛의 특징과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있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
① 허니 프로세스란 무엇인가: 꿀과는 무관한 미세 조절식 가공법
허니 프로세스(Honey Process)는 이름만 들으면 꿀이 들어간 커피처럼 느껴지지만, 실제로 꿀은 전혀 사용되지 않습니다. 이 가공 방식은 주로 중남미(특히 코스타리카, 엘살바도르)에서 개발되었으며, 커피 체리에서 과육을 일부 제거한 뒤 점액질(Mucilage)을 남긴 상태로 건조하는 방법입니다.
워시드(세척식)에서는 체리의 과육과 점액질을 모두 제거하고 물로 세척한 뒤 발효시키지만, 허니 프로세스에서는 이 점액질을 일부 또는 전부 남긴 채 건조합니다. 이로 인해 원두 표면이 끈적끈적하고, 마치 꿀처럼 빛나는 질감을 보인다고 해서 '허니'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.
허니 프로세스는 그 점액질을 얼마만큼 남기느냐에 따라 옐로 허니, 레드 허니, 블랙 허니 등으로 세분화됩니다.
- 옐로 허니: 점액질을 25~50% 정도만 남김 → 워시드와 가까운 깔끔한 맛
- 레드 허니: 점액질을 절반 이상 남김 → 단맛 강조, 산미와 바디의 균형
- 블랙 허니: 거의 모든 점액질을 남김 → 강한 단맛과 바디감, 내추럴에 가까운 향
이 방식은 워시드보다 수분 조절과 관리가 까다롭지만, 내추럴보다 잡미가 적고 향미 밸런스가 뛰어나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.
② 워시드 vs 내추럴 vs 허니: 세 가지 가공 방식의 원리와 차이
워시드(Washed)는 가장 전통적이며 글로벌 유통망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가공법입니다. 체리에서 과육과 점액질을 모두 제거한 후, 발효조에서 물을 이용해 효소작용으로 세척하고, 이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. 이 방식의 장점은 청결하고 일관된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며, 향미 면에서는 깨끗한 산미, 밝은 향이 특징입니다.
내추럴(Natural)은 반대로, 체리를 그대로 말리는 방식입니다. 건조된 뒤 과육과 껍질을 벗겨 원두만 추출합니다. 과육이 마르면서 커피에 과일향과 단맛이 강하게 배어들어, 묵직한 바디감, 강한 과일 향, 와인 같은 뉘앙스가 형성됩니다. 그러나 날씨에 민감하고 발효가 불균형하게 일어나면 잡미가 생길 수 있어, 고급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.
허니 프로세스는 이 두 방식의 장점을 절충한 방식입니다. 과육을 제거하되 점액질을 일부 남기기 때문에 워시드보다 단맛이 살아있고, 내추럴보다 깔끔한 뒷맛을 제공합니다. 가공자는 점액질 양과 건조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커피의 풍미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으며, 특히 중미권 스페셜티 커피 농장에서 품질과 개성을 동시에 잡기 위한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.
핵심 차이 요약
- 워시드: 산미 중심, 깨끗함, 안정적
- 내추럴: 과일 향, 단맛 강조, 리스크 큼
- 허니: 단맛+밸런스, 개성 있는 중간 지점
③ 소비자와 로스터 입장에서의 선택 기준: 향미와 가격, 관리 난이도
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가공 방식의 커피를 선택할지가 곧 향미 경험을 결정합니다. 워시드 커피는 산뜻하고 깔끔한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며, 에티오피아, 콜롬비아 등 고산지 원두의 특성을 잘 살립니다. 내추럴 커피는 풍부한 향, 강한 개성을 원하는 이에게 좋고, 브라질, 예멘 등의 고단맛 원두에서 자주 쓰입니다. 허니 커피는 이 둘의 중간 지점으로, '균형 잡힌 향미'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추천됩니다.
로스터 입장에서는 허니 프로세스 커피가 매력적이지만, 일정한 품질 유지와 로스팅 포인트 설정이 더 까다롭습니다. 점액질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수분 함량과 밀도가 변칙적이며, 배전도가 섬세하게 조절되지 않으면 단맛이나 향미가 깨질 수 있습니다. 그러나 잘 로스팅된 허니 프로세스 커피는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나 스페셜티 라인업으로 손색이 없습니다.
가격 측면에서도 허니 프로세스 커피는 워시드보다 소량 생산되고 관리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다소 높게 형성됩니다. 하지만 소비자는 특별한 향미와 감성적인 이름, 중남미 고지대의 감성을 담은 한 잔을 기꺼이 선택하게 됩니다.
결론
허니 프로세스 커피는 단순한 중간 방식이 아니라, 워시드의 깔끔함과 내추럴의 향미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가공법입니다.
- 워시드: 청결한 산미와 균일성
- 내추럴: 과일향과 바디감 중심
- 허니: 단맛과 밸런스를 살린 미묘한 개성
커피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즐기고 싶다면, 원두의 품종뿐 아니라 가공 방식에도 주목해 보세요. 허니 프로세스 커피 한 잔은, 단맛과 풍미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.